REVIEW44 핑거포스트, 1663 - 텍스트로 부리는 현란한 기교의 정점 1. 범죄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범죄 수사가 과학화 되면서, 범죄의 동기가 다양해지면서, 무엇보다도 조지 오웰이 말한 '영국식 살인의 쇠락 Decline of English Murder'과 함께 클래식 추리물은 갈 곳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추리방식은 과학적인 척 했지만, 상당부분 잘못된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고, 그런 방식에 의해 수많은 추리의 업적을 남긴 위대한 탐정들은 그저 전설로만 남아야 했다. 현대문명의 놀라운 발전은 범죄 역시도 현대화 시켰고, 현대화 된 범죄는 일개 탐정의 추리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해져 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주구장창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만 써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명탐정은 이미 식상한 아이템이었고, 독자들은 .. 2017. 3. 7. <나이트 크롤러>에 대한 몇 가지 잡담 1.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하는 '나이트크롤러'에 대한 글을 쓸 때, 가장 쉬운 방법은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 - 일명 '독수리와 소녀'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 라는 사진작품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옐로 저널리즘으로 지칭되는, 미국의 자극적인 뉴스 채널과 그 채널에 부역하는 사설 통신사들을 비판함으로써 언론의 취재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알아채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영화는 직접적으로 취재윤리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지요. 그리고 이런 식의 저널리즘 취재윤리를 이야기하기에 케빈 카터만큼 좋은 소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지만, 케빈 카터는 수단의 식량배급소로 가는 도중 굶주려서 쓰러져 있는 소녀를.. 2017. 3. 7. <프로듀사>에 관한 몇 가지 잡담 * 2015년 5월에 쓴 글입니다. 1. 현재 명실상부한 No.1 스타인 김수현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듀사]는, 예능국 내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게 꼬인 헛소동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드라마의 제작과정도 이 드라마의 스토리 못지 않게 재밌고 흥미진진한 편이죠. 다들 알고 있다시피 [프로듀사]의 시작은 독립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윤성호 감독부터입니다. 윤성호 감독은 단편 [삼천포 가는 길]을 통해 독립영화계에 (정말 흔하고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뒤, [은하해방전선]이라는 독특한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매니아들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윤성호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유머감각을 견지하면서도, 다른 독립영화 감독들과는 달리 방송미디어를 적극적으로 .. 2017. 3. 7. <미스터 홈즈>에 관한 몇 가지 잡담 * 2015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1. '미스터 홈즈'를 선택하기 전, 오늘 밤엔 무슨 영화를 볼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저는 두 개의 선택지를 더 놓고 고민했습니다. 하나는 '슬로우 웨스트'였고(영화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늦은 밤이었기에 러닝타임 짧은 영화가 필요했죠) 다른 하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었습니다. 셋 다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역시 '홈즈'라는 이름을 버리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영화는 현악기를 사용한 오프닝 테마가 울려퍼지고 서섹스 지방을 달려가는 기차가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굉장히 훌륭하고 맘에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가 끝나자마자 새벽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죠. 2. '미스터 홈즈'에서 방점은 '홈즈'가 아니라 '미스터'에 찍.. 2017. 3. 6. <쇼미더머니4>에 대한 몇 가지 잡담 * 2015년 8월에 쓴 글입니다. 1. 이쯤에서 [쇼미더머니]의 세 번째 시즌을 다시 돌아봅시다; 이제 와서 사람들은 마치 바비가 처음부터 우승 후보였던 것처럼 기억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바비는 언더독에 가까웠죠. [쇼미더머니] 시즌3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처음부터 바스코 온리 원이었습니다. 엄청난 경력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 외모, 카리스마, 무대 매너,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인 드라마까지 가지고 나온 바스코는 시즌3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갖췄고, 시즌3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대체 누가 바스코를 꺾을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이 괴물은 경연이 시작되자마자 어린 아이 손목 비틀듯 상대들을 압살해 나갔습니다. 대한민국 힙합씬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천재노창.. 2017. 3. 6. 김은숙과 알파고: 약간의 잡담 * 2016년 3월 11일, 그러니까 아직 가 방영되기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벌어질 무렵에 썼던 글입니다. 이후 김은숙 작가에 대한 생각은 꽤 많이 바뀌었음을 밝혀둡니다. 1. 김은숙 드라마엔 내가 싫어하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데 - 재벌, 러브라인에 모든 것을 올인한 플롯, 억지로 짜내는 명대사와 유행어 등등... 심지어 김은숙 본인도 '온에어'에서 스스로 깠던 적이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김은숙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다(를 넘어서서 한때 미친 듯 찾아봤었다) 2. 은 어쩌다보니 걸렀고, 의 기획 - 가상의 국가 우르크에 파병된 남녀의 사랑 이야기 - 을 처음 봤을 때 '이제 김은숙도 슬슬 끝물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한국 드라마를 끊은지 오래라 보고 있진 않은데.. 2017. 3. 6.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