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44 <패신저스> 칙릿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있다 1. 뜬금없지만 를 이야기하는 것은 꼰대스러운 한탄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정말 책을 - 정확히는 소설을 - 안 읽는군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차피 문학이 힘을 잃은 것은 좀 오래된 일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책을 안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펄쩍 뛸 사람들도 꽤 많죠. 아직 자기계발서는 수십만 부, 수백만 부가 나가기도 합니다. 저는 자기계발서를 저주하는 사람입니다만, 솔직히 차유람이랑 결혼한 그 양반은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혼전순결'을 서약 했던 미녀를 '혼전임신' 시킬 정도의 능력이라면, 사실 뭘해도 될 사람이긴 했을 겁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여전히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는 사람들의 능력만은 존경하.. 2017. 3. 9. <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 - 낯선 화자를 조심하라 1. 앤터니 호로비츠의 에는 두 가지의 텍스트 트릭이 있습니다. 하나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와 상관없이) 출판사인 황금가지가 의도한 것이죠. 작가가 의도한 트릭을 밝히는 것은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테니 그만두죠. 사실상 이 소설에서 그 트릭은 80% 이상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추리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확하게는 아니라도, 대충 그 트릭의 모양새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텍스트 트릭이라는 것 자체가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으니까요. 더군다나 이 분야에는 너무나도 엄청나고 유명한 레퍼런스가 있지 않습니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 소설 말입니다. 텍스트 트릭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 소설과 아비코 다케마루의 정도일텐데, 앤터니 호로비츠가 을 읽어봤을 리는 없.. 2017. 3. 8. <고등래퍼>는 또 하나의 성공작이 될 수 있을까? 1. M.net의 주력 프로그램이라면 아무래도 오디션 프로그램,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을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와 같은 프로그램이죠. 이러한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화제성과 완성도가 높았던 시즌들이 있습니다. 시즌2, 시즌3, 그리고 시즌1이죠. 도 아마 첫 번째 시즌이 가장 뛰어난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비교될 대상이 없으니 그건 제외하구요. 위에서 언급한 시즌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의 캐릭터의 배분과 성장, 드라마가 모두 (작가가 써준 것처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것이죠. 의 두 번째 시즌의 스토리는 영락없는 신데렐라 스토리 드라마였습니다. 외모와 배경, 지적인 매력까지 갖춘 무적의 상대에게 도전하는 배관공 출신의 성공 스토.. 2017. 3. 8. <달콤, 살벌한 연인> -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찝찝한 문제 1.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마지막으로, 인문학적 교양은 더 이상 감독에게 중요한 미덕은 아닌 것이 되었고, 피터 잭슨과 타란티노 같은 이른바 '영화 세대'들은 '장르 컨벤션이 곧 윤리이고 리얼리티'인 영화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코엔 형제나 박찬욱이 장르의 혼성교배와 영화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문학적 사유 안에서 그것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반해, 타란티노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영화와 장르만으로 세계를 창조하는데, 놀랍게도 그것이 어느 것보다 리얼한 현실을 통찰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점에서 예로서는 타란티노의 영화보다 조스 웨던의 TV 시리즈인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패니메이션의 미녀 고삐리 여전사 시리즈에 B급 호러와 SF, X-File 풍의 오컬.. 2017. 3. 7. <몽크>의 종영에 즈음하여 * 2009년 9월에 쓴 글에 ps.를 덧붙였습니다. 가 8시즌의 16번째 에피소드를 끝으로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건 저에게도 굉장히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왜냐하면,는 제가 시작과 끝을 함께한, 아직까지 는 제 인생에서 유일한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몇 개의 시즌이 진행된 후에, 사람들의 평가를 듣고 지난 방송분을 따라잡는 저의 시청습관과는 달리, 저는 군대에서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시청했습니다. (물론 본방으로요) 그리고 매 에피소드를 빠짐없이 한 주 한 주 기다리며 종영까지 달려왔죠. 그러니까 정말, 8년 동안을 그와 함께 한 셈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몽크의 후반 2시즌이 "완전히 말아먹은" 수준에 가까웠다고 해도, 그 실망감을 뒤로 하고, 이 시리즈의 종영에 대해 한두 마디.. 2017. 3. 7. <다크나이트> - 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 * 2008년 9월에 쓴 글입니다. 1. 스무 살 때, 나는 냉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일이든 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옳지 못한 일과 맞닥뜨리면 그것을 저지른 사람이 내 부모라도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너의 잘못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철저하게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소녀를 동반자로 삼기를 소원했으며, 그리하여 서른 살 쯤 되면 나는 더 이상 사람으로 상처받지 아니하는, 강철같은 내면을 가진 이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스물 두 살에 좋아했던 여자아이는 그런 소년같은 나를 비웃었고, 스물넷에 나는 마침내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른 하나가 된 지.. 2017. 3. 7.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