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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17

<엔더스 게임> - 우주라는 이름의 하이스쿨 1. 을 다시 읽다가, 문득 이 보고 싶어져서 찾아 보았습니다. 둘 다 우주 함대를 지휘하는 젊은 - 혹은 어린 - 천재 전략가 사령관의 활약을 그린 작품들이죠. 그리고 둘 다 처음엔 라이트 노벨 혹은 영 어덜트 노벨이라는 비슷한 타입의 텍스트 컨텐츠로 시작했구요. 그래서 그런지, 어린 시절에 을 볼 땐 양 웬리가 대단하고 천재적인 용병가인 것처럼 보였는데, 나이 들어서 읽어보니 사실 그가 만들어 낸 전략은 별 것 아니고, 엄청난 운빨이 뒤따른 것에 지나지 않더군요. 요즘 친구들 말로 하자면 "작가 버프/주인공 버프 쩌는" 사건들이었죠. 10대 후반엔 엄청난 마법처럼 보였던 이제르론 함락을 지금 읽어보면,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2. 의 초반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리.. 2017. 4. 1.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관한 몇 가지 잡담 1. 기존의 시리즈가 스페이스 오페라의 탈을 쓴 무협지에 가까웠다면, 는 를 배경으로 한 2차 대전 전쟁영화에 가깝습니다. 구조나 인물, 그리고 사건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기밀을 탈취하는 게릴라 부대의 활약을 그린 전형적인 전쟁영화와 1:1 매칭이 가능할 정도죠. 물론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물들이 카메오로 얼굴을 비추기도 하고, AT워커와 같은 메카닉이 잠깐 등장하기도 하는 등, 연관성을 계속해서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둘의 구조는 전혀 다른 편입니다. 메인스트림의 에픽이 구원자의 피를 타고 난 영웅 가문의 서사 혹은 뛰어난 영웅의 몰락과 타락을 다루고 있다면, 은 이름없는 일반 민중들이 팀으로 이뤄나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죠. 때문에 의 시그니처처럼 받아들여지는 라이트 세이버(.. 2017. 3. 23.
<하녀> - 이젠 누가 괴물일까? 1. 인터넷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쯤에서 보았던 이야기 한 토막; 어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정치가 뭐에요?" "음... 우리 가족을 예로 들어볼까? 아빠는 돈을 벌어오니까 아빠를 자본가라고 하자. 엄마는 집에서 돈을 관리하니까 정부라고 할 수 있겠지. 엄마와 아빠는 너를 위해 봉사하니까, 네가 바로 국민이지. 우리 집에서 일을 해주는 정부는 노동자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 네 동생은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겠지." 아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우선은 그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날 밤, 아들은 기저귀에 실례를 한 동생이 너무 큰 소리로 울어대는바람에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 아들은 안방 문을 두드렸지만, 엄마는 너무 깊은 잠에 빠.. 2017. 3. 20.
<조작된 도시>에 관한 몇 가지 잡담 1. 는 거짓말처럼, 음모론 망상증 기크 판타지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의 입맛에 딱 맞춘 영화입니다. 인물이나 이야기는 현실에서 살짝 - 이라기엔 조금 많이 - 위로 떠 있고, 솔직히 개연성도 많이 부족한 막 나가는 이야기지만, 적어도 자신의 장르 안에서 이해되는 수준으로 신나게 휘저으며 놀고 있죠. 진짜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물론 이게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긴 합니다. 가끔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대한민국도 땅도 좀 넓고 인구가 좀 많아서,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만 이 영화를 봐줘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국내에선 대다수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죠. 영화보다는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웹툰에 어울리는.. 2017. 3. 18.
<싱글라이더>에 대한 몇 가지 잡담 1.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2. 는 단순하고 정직한 영화입니다. 에피그라프로 사용하는 고은의 시 속에 모든 내용과 주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고, 조금 더 복잡한 트릭을 사용하거나, 아예 설정을 조금 어긋나게 해서 관객들을 속일만 하기도 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반전은 충격을 주는 용도라기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을 더 깊어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내용과 그 안의 상징도 잔재주를 쓰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달립니다. 재훈은 더 많은 연봉, 더 높은 자리를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던 인생이고, 그렇게 달린 인생의 대부분이 마주하게 되는 결말과 맞닥뜨립니다. 자신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 방식은, 결국 남들을 나락으로 떨어.. 2017. 3. 17.
<루시드 드림> - 희귀혈액형에 대해 알아보자! 1. 살면서 누구나 잘못 판단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내일은 또 블로그에 뭘 포스팅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최신 영화를 리뷰하는 편이 키워드 유입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을 보기로 선택하는 순간 같은 것 말이죠. 사실 이 정도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10분쯤 보았을 때,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다른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하거나 혹은 다른 포스팅 거리를 알아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본 시간이 아까워서, 결제한 돈이 아까워서, 이제부터 또 포스팅 거리를 찾는 게 귀찮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계속 그 영화를 보고 있다면 당신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흘러가버린 한 시간 오십 분은 내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 2017.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