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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17

<잭 리처: 네버 고 백> - 정보기관의 추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에드워드 즈윅의 은 더도 덜도 아닌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액션 스릴러입니다. 군과 연결된 조직의 뻔한 음모가 있고, 그 음모 때문에 몇 명은 죽고 몇 명은 누명을 씁니다. 주인공도 누명을 쓰고 쫓기지만, 내부와 외부엔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협력으로 누명도 벗고 진실도 밝혀냅니다. 또 지켜야 할 사람들도 지키죠. 2000년대 초반, 헐리우드 영화가 백 편 넘게 수입되던 시절에 비디오 샵에 가면 액션 코너에서 10편 쯤 비슷한 줄거리를 만날 수 있었던, 예산에 따라 브루스 윌리스, 니콜라스 케이지부터 존 트라볼타와 웨슬리 스나입스, 심지어 찰리쉰도 찍었고, 그 후에는 샤이아 라버프도 몇 편 찍었던 그런 흔한 영화 말입니다. 솔직히 원작 소설의 인기가 높은 것이 그 이유겠지만, 전 이.. 2017. 3. 13.
<더 킹>에 대한 몇 가지 잡담 1. 의 영화적 야심은 대단합니다. 별 볼 일 없는 한 젊은이가 대한민국의 타락한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 활약하다가, 몰락하고 참회하며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이 썩은 권력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세상을 움직이는지를 스케치하듯 그려내 보여주겠다는 것이죠. 약 2시간 30분 정도에 말이죠.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야심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실현하기는 힘든 법입니다. 때론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야심을 가진 사람도 있는 법이구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재림 감독은 후자 쪽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은 그의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야심을 가지고 만든 영화 같습니다. 2.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많고 깊으니, 초반의 영화는 내레이션의 힘을 빌려 겉핥기식으로 빠르게 내달립니다. 때문에 영화는 중반까지 한 시간 반짜리 .. 2017. 3. 12.
<패신저스> 칙릿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있다 1. 뜬금없지만 를 이야기하는 것은 꼰대스러운 한탄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정말 책을 - 정확히는 소설을 - 안 읽는군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차피 문학이 힘을 잃은 것은 좀 오래된 일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책을 안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펄쩍 뛸 사람들도 꽤 많죠. 아직 자기계발서는 수십만 부, 수백만 부가 나가기도 합니다. 저는 자기계발서를 저주하는 사람입니다만, 솔직히 차유람이랑 결혼한 그 양반은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혼전순결'을 서약 했던 미녀를 '혼전임신' 시킬 정도의 능력이라면, 사실 뭘해도 될 사람이긴 했을 겁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여전히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집필하는 사람들의 능력만은 존경하.. 2017. 3. 9.
<달콤, 살벌한 연인> -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찝찝한 문제 1.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마지막으로, 인문학적 교양은 더 이상 감독에게 중요한 미덕은 아닌 것이 되었고, 피터 잭슨과 타란티노 같은 이른바 '영화 세대'들은 '장르 컨벤션이 곧 윤리이고 리얼리티'인 영화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코엔 형제나 박찬욱이 장르의 혼성교배와 영화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문학적 사유 안에서 그것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반해, 타란티노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영화와 장르만으로 세계를 창조하는데, 놀랍게도 그것이 어느 것보다 리얼한 현실을 통찰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점에서 예로서는 타란티노의 영화보다 조스 웨던의 TV 시리즈인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패니메이션의 미녀 고삐리 여전사 시리즈에 B급 호러와 SF, X-File 풍의 오컬.. 2017. 3. 7.
<다크나이트> - 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 * 2008년 9월에 쓴 글입니다. 1. 스무 살 때, 나는 냉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일이든 합리적인 판단을 하며, 옳지 못한 일과 맞닥뜨리면 그것을 저지른 사람이 내 부모라도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너의 잘못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철저하게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소녀를 동반자로 삼기를 소원했으며, 그리하여 서른 살 쯤 되면 나는 더 이상 사람으로 상처받지 아니하는, 강철같은 내면을 가진 이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스물 두 살에 좋아했던 여자아이는 그런 소년같은 나를 비웃었고, 스물넷에 나는 마침내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른 하나가 된 지.. 2017. 3. 7.
<나이트 크롤러>에 대한 몇 가지 잡담 1.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하는 '나이트크롤러'에 대한 글을 쓸 때, 가장 쉬운 방법은 199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 - 일명 '독수리와 소녀'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 라는 사진작품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옐로 저널리즘으로 지칭되는, 미국의 자극적인 뉴스 채널과 그 채널에 부역하는 사설 통신사들을 비판함으로써 언론의 취재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알아채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영화는 직접적으로 취재윤리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지요. 그리고 이런 식의 저널리즘 취재윤리를 이야기하기에 케빈 카터만큼 좋은 소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지만, 케빈 카터는 수단의 식량배급소로 가는 도중 굶주려서 쓰러져 있는 소녀를.. 2017.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