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9 <엔더스 게임> - 우주라는 이름의 하이스쿨 1. 을 다시 읽다가, 문득 이 보고 싶어져서 찾아 보았습니다. 둘 다 우주 함대를 지휘하는 젊은 - 혹은 어린 - 천재 전략가 사령관의 활약을 그린 작품들이죠. 그리고 둘 다 처음엔 라이트 노벨 혹은 영 어덜트 노벨이라는 비슷한 타입의 텍스트 컨텐츠로 시작했구요. 그래서 그런지, 어린 시절에 을 볼 땐 양 웬리가 대단하고 천재적인 용병가인 것처럼 보였는데, 나이 들어서 읽어보니 사실 그가 만들어 낸 전략은 별 것 아니고, 엄청난 운빨이 뒤따른 것에 지나지 않더군요. 요즘 친구들 말로 하자면 "작가 버프/주인공 버프 쩌는" 사건들이었죠. 10대 후반엔 엄청난 마법처럼 보였던 이제르론 함락을 지금 읽어보면,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2. 의 초반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리.. 2017. 4. 1. <척>에 관한 몇 가지 잡담 1.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키워드 유입을 위해 최신 컨텐츠들을 보기 시작했었습니다. '했었습니다'는 과거형이죠. 예, 어느샌가 예전에 즐겨봤던 컨텐츠들을 다시 보고 있더군요. 을 완역판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고, 관련된 일 때문에 를 다시 보기 시작했으며, 갑자기 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제가 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2. 오래 전에 애정했던 컨텐츠를 나이가 든 시점에서 다시 본다는 것은, 추억에 잠길 수도 있지만 또 그 추억을 파괴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산울림이나 이문세의 노래를 듣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노래는 아무리 촌스러워도 나이가 들어서 들으면 추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하게도 예전엔 참 좋아했는데.. 2017. 3. 29. <후루하타 닌자부로> 1기에 관한 몇 가지 잡담 1. 미타니 코우키가를 처음 떠올리면서 를 참조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점점 달라지지만, 1기의 제1화와 제2화에 등장하는 후루하타의 행동은 영락없는 콜롬보의 그것입니다. 기본적인 추리방식도 다를 바 없죠. 속에는 영리한 추리를 품고, 어수룩한 척 하며 범인에게 달라 붙은 뒤, 범인을 짜증나게 해서 그가 실수하는 순간을 캐치해내는 거죠. 리처드 오스틴 프리맨이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에서 처음 발명해낸 도치 플롯(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는 추리소설 상의 플롯)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 것도 바로 이 콜롬보 시리즈입니다. 당연히도 도치플롯을 사용합니다. 2. 미타니 코우키는 노자와 히사시 같은 경우와 좀 다릅니다. 그는 연극에서 그의 커리어를 시작했고, 후에 TV와 영화로 .. 2017. 3. 24.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관한 몇 가지 잡담 1. 기존의 시리즈가 스페이스 오페라의 탈을 쓴 무협지에 가까웠다면, 는 를 배경으로 한 2차 대전 전쟁영화에 가깝습니다. 구조나 인물, 그리고 사건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기밀을 탈취하는 게릴라 부대의 활약을 그린 전형적인 전쟁영화와 1:1 매칭이 가능할 정도죠. 물론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물들이 카메오로 얼굴을 비추기도 하고, AT워커와 같은 메카닉이 잠깐 등장하기도 하는 등, 연관성을 계속해서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둘의 구조는 전혀 다른 편입니다. 메인스트림의 에픽이 구원자의 피를 타고 난 영웅 가문의 서사 혹은 뛰어난 영웅의 몰락과 타락을 다루고 있다면, 은 이름없는 일반 민중들이 팀으로 이뤄나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죠. 때문에 의 시그니처처럼 받아들여지는 라이트 세이버(.. 2017. 3. 23. <공포의 외인구단> 여자는 변하고, 소년은 성장하지 않는다 1. 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이야기가 오혜성과 최엄지의 애틋한 순애보 혹은 로맨스이며, 최엄지는 오혜성의 변치 않는 첫사랑의 신화, 혹은 구원의 여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원작 만화를 보기 보다는 최재성 주연의을 기억하기 때문이며, 더 정확히는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로 시작되는 정수라의 감미로운 주제곡에 속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보면 기실 오혜성-최엄지-마동탁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 속에서 정상적인 '사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혜성이 최엄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그냥 병든 집착입니다. 최엄지는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오혜성이 가지고 있는 병든 집착을 이용해 먹는 썅년입니다. 마동탁이요? 그는 최엄지를 인질로 잡고 .. 2017. 3. 22. <퀴즈쇼> (by 김영하) - 파란 화면 너머의 그녀, 기억해?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 그들은 비극을 살면서도 희극인 줄 알고 희극을 연기하면서도 비극이라고 믿는다. 굳이 말하자면 이 소설은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이고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십대에 PC통신을 경험했고, 거기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어쩌면 나는 익명의 인간과 인간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친구와 연인으로 발전해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 온라인은 언제나 부당하게 폄하돼 왔다. 그것은 일회성의, 익명의, 무책임한 그리고 심지어는 부도덕한 공간으로 치부되었다. 뭐,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는 바로 그 '쓰레기' 위에서 자라났다. 우리는 거기에서 새로운 .. 2017. 3. 21.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