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9 블랙 톰의 발라드 - 블랙 익스플로테이션 러브크래프티안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빅터 라발은 [블랙 톰의 발라드] 서문에 '엇갈리는 심경으로 H.P. 러브크래프트에게 바친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의 인종차별주의에는 동조할 수 없는 한 사람이자, 후배 작가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러브크래프트처럼 매독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아버지를 잃고, 사람들을 멀리 하며 방안에 처박혀서 자란, 사람을 멀리하고 군중공포증까지 가지고 있는,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고대신 - 혹은 괴물 - 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가지고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은 일견 예상할 수 있는 흐름입니다. 그의 창작은 자신과 다른 것, 또는 자신의 영역 외, 즉 외계(outer)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자양분으로 .. 2019. 12. 4. 모던 뱀파이어 슬레이어 창작노트 (4) - 조선박람회 박람회는 그 성립초기부터 국가와 자본에 의해 연출되고, 사람들을 동원하는 방식과 수용하는 방식이 전부 결정지어진, 상연되는 문화적 텍스트이다. - 요시미 순야(吉見 俊哉), MVS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빼놓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조선박람회'입니다. MVS의 메인스토리는 조선박람회장에서 시작해서 (여러분이 아직 읽어보시진 못했지만) 조선박람회장에서 끝납니다. 프롤로그에서 제일 처음 독자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조선박람회의 휘장을 건 기차이며, 주인공인 이상이 슬레이어의 운명으로 들어서게 되는 장소도 조선박람회장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게 되는 곳도 바로 조선박람회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경성'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작품들이 로그라인에 '1930년대'를 내세우고 있지만(사실 .. 2018. 10. 23. 모던 뱀파이어 슬레이어 창작노트(3) - 흑룡회 학교 다닐 때, 사실 저는 역사 과목을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뭔가를 노력해서 외운다는 게 상당히 귀찮았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이벤트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듣는 건 좋아했습니다. 대개 역사적 팩트를 외우는 건 귀찮아 하면서 야사나 뒷이야기 같은 스토리 위주로 역사를 익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목적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음모론이죠. 근현대사의 동아시아 음모론을 이야기 하면서 역시 흑룡회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1855년에 태어난 일본의 우익 국수주의자 도오야마 미츠루(頭山 滿)는 ‘향양사(向陽社)’라는 우익 결사를 창설합니다. 이 향양사는 광역화되고 체계화 되면서 '현양사(玄洋社)'라는 조직으로 발전하고, 이 현양사의 소속원들이 주축이 되어 1901년.. 2018. 10. 17. 모던 뱀파이어 슬레이어 창작노트(2) - 철도가 등장하는 첫 씬 지난 글에서 MVS의 메인 테마는 근대와 전근대의 대립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든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당연히 첫 장면을 이러한 주제가 정확하고 명쾌하게 상징적으로 드러나게 쓰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욕심을 위해서 근대성에 대한 여러 책을 읽어야 했고, 그 중에서도 수잔 벅모스의 책에서 가장 핵심을 짚은 한 마디를 찾아낼 수 있었죠. 일단 저는 첫 장면을 쓰기 위해서 제일 첫 줄에 수잔 벅모스의 말을 적었습니다; 철도는 지시물이었고, 기호는 진보였다. 공간적 운동은 역사적 운동개념과 너무나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철도와 진보는 더 이상 구분될 수 없었다. - 보기의 변증법: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기차는 물류와 인간의 이동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 왔고, 그것이 진보.. 2018. 10. 10. 모던 뱀파이어 슬레이어 창작노트 (1) - 근대 vs. 전근대 MVS의 최초의 구상은 2008년 쯤이니까, 10년 정도 된 셈입니다. 당시 씨네21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기획 중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대해서 다룬 기사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를 비롯해, 등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컨텐츠들이 붐을 일으키며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한 경향은 오늘 날까지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죠. 창작자 입장에서 1930년대의 경성은 굉장히 매력적인 시대입니다. 적당히 이국적이고, 적당히 판타지 느낌도 낼 수 있죠. 엄연히 이 땅에 존재했던 시대이면서, 조선시대처럼 낡아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기사를 읽으면서 경성에 가장 끌렸던 점은 근대와 전근대가 불균질하게 혼재하는 시대였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1930년대의 경성 하면 연.. 2018. 10. 8. 모던 뱀파이어 슬레이어를 연재하기에 앞서 드디어! 제가 웹툰 스토리 작가로 데뷔하는, (이하 MVS)의 연재가 시작 되었습니다. 토리코믹스라는 신생 플랫폼에서 연재 중이구요. 향후 정책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5회까지만 무료이고 6회부터는 유료로 연재 중입니다. 이러한 연재 정책에 대해서 저는 관여한 바가 없습니다. MVS는 스토리컴퍼니라는 웹툰 제작사에서 직접 제작하여 배급하고 있는 작품이고, 연재처나 연재 조건에 대해서는 현재 제작사에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이 자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토리코믹스를 검색하신 후 설치하시면 MVS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MVS는 제가 스토리작가란 크레딧을 달고 최초로 세상에 소개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 2018. 10. 5.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