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1 <퀴즈쇼> (by 김영하) - 파란 화면 너머의 그녀, 기억해?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자들이 가장 불행하다는 역설. 그들은 비극을 살면서도 희극인 줄 알고 희극을 연기하면서도 비극이라고 믿는다. 굳이 말하자면 이 소설은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이고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십대에 PC통신을 경험했고, 거기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어쩌면 나는 익명의 인간과 인간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친구와 연인으로 발전해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 온라인은 언제나 부당하게 폄하돼 왔다. 그것은 일회성의, 익명의, 무책임한 그리고 심지어는 부도덕한 공간으로 치부되었다. 뭐,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는 바로 그 '쓰레기' 위에서 자라났다. 우리는 거기에서 새로운 .. 2017. 3. 21. 이전 1 다음